어머니
토담 박두열
초승달 담장 위로 올라
감나무 새잎 사이 야윈 얼굴 내밀면
어머니는 두 손으로 머리 곱게 쓸어 올리고
까만 밤 별들 노니는 비로드 공단 치마
붉은 띠 허리 질끈 동여매신다
어머니의 어머니로 물려받은
정화수 한 그릇
금줄 둘러 버선 짝 붙여둔 장독위
정성 모아 올려놓고
두 팔 높이 올려
합장하여 내려올 때
터줏대감 모셔다
마디마디 굳은 손 힘겹게 부비면서
우리 대주 무병장수
먼 곳 자식 일신 편안 발원하니
세월의 무게만큼 처친 눈
눈물 한 점 정성껏 모았다가
정화수에 보태니
자식 사랑 넘쳐흘러
초승달도 춤추며 일그러져 간다
집 떠난 내 새끼 배 곯을까
끼니마다 자식 그릇 아비보다 먼저 퍼서
부뚜막 가장자리 정성스레 올려놓고
조왕신께 머리 숙여 빌고 비신 어머니
이른 새벽 찬 기운 온몸으로 받으시며
가난이 내 탓이랴 가난이 내 탓이랴
치맛자락 마른 눈물 긴 한숨
수 없이 되뇌며
평생에 이루지 못한 한이 서려
지그시 감은 거적 눈 힘겹게 떠서
초승달 올려보며 합장 반 배 올릴 때
달빛 이슬 먹은 꽃잎 하나
정성에 대답하듯 정화수에 내려앉아
먼 곳 자식 잘 지낸다고
안부 편지 대신 전한다
초하루인 새벽
칠순 넘긴 어머니 기도
여전히 변함 없었시니
사후에 눈물잔 받칠까
두려움만 밀려온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