♣。문학 삶의향기 ·····♣/개화산천님 글

글 옷을 입고 싶다.

무정애환 2011. 4. 4. 23:25

     

     

    글 옷을 입고 싶다.

     

     글 / 개화산천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이제는 두터운 겨울옷 벗어버리고

    나만의 상큼한 글 옷을 입고 싶다.

     

     

    봄에는 하얀 종이옷 곱게 입고선

    그 옷에 내 마음을 노랗게 칠하고 싶다.

     

     

    내 가슴에 살포시 내려앉은

    산수유 꽃망울 터질 때부터

    개나리 수줍어 울타리 매달릴 때 까지.......

     

    나는 내 마음의 글 옷에 어린애처럼

    노란색을 마구 칠 하여 입고 자랑하고 싶어진다.

     

     

    겨울지나 봄 사이

    어중간한 날씨에 간절기 옷 입듯이

    나도 어중간한 글 옷을 입고선

    여기에 서 볼까 저기에 서 볼까 어설프게 서 있다.

     

     

    구름 낀 마음엔 은회색 글 옷을

    고달픈 마음엔 중 회색 글 옷을

    외로운 마음엔 연두색 글 옷을

    그리고 내 마음이 지쳤을 땐 무지갯빛 오색 글 옷을 입고 싶다.

     

     

    길 나그네 지나다

    글 옷을 알아보는 이  내 앞에 발길 멈추고

    내 입은 글 옷에 연정의 표시라도 잔뜩 칠해놓길

    은근히 기다리고 비는 마음으로

    나는 오늘도 글 옷을 입고 누군가가 보아주기를

    누군가 내 글 옷을 들쳐보기를 막연히 기대하며 말없이 서 있다.

     

     

    내가 걸어온 족적이 비뚤 거린지도 모르고

    남의 족적만 비아냥거린 내 입방아는

    어떤 모양으로 내 족적의 글 옷에 담겨 있을지

    떨리는 마음으로 내 입은 글 옷을 만지작거린다.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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